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……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동화는 빨간 모자도, 인어공주도 아닌 어느 영웅의 이야기로, 아이들이 잠들기 전 침대 머리맡에서 우리는 이렇게 시작한다: “옛날, 아주 먼 옛날에, 저 땅 위의 초원에 갑자기 일곱 개의 태양이 나타났단다.” 그 동화 속에서 활을 잘 쏘는 영웅은 여섯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지만, 하늘을 날아가는 제비의 꼬리에 가려 마지막 하나의 태양을 없애지 못한다.

그리고 그 영웅이 향한 대지 밑의 굴속, 꼬리가 둘로 갈라진 제비의 집;

그곳에 우리가 사는 세계가 있다.

새 세기를 앞둔 무렵, 미우주항공국에서는 <잠재적 위험 천체>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. 각국의 전문가들은 충돌을 저지할 방안을 모색했고, 한편에서는 운석 충돌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지역의 지하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자는 계획이 오갔다. 이에 지상에서는 폭발력을 이용해 재난을 막아 보려는 <타라소프 계획>이, 지하에서는 새 터전을 닦고자 하는 <자야 계획>이 진행되었다. 충돌 예정일, <타라소프 계획>은 실패하고 <자야 계획>은 그 성과를 거두었다. 지하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만이 지구 안에서 살아남았다.

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, 지하도시 <슌-허노르>의 시민들은 지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. 마지막 남은 인간의 생활 전반에는 햇빛 대신 기술의 이기가 기능한다. 이곳의 하늘에서는 하나가 아닌 일곱 개의 인공 태양이 빛나고, 시민들은 <중앙>의 통솔하에 안락하고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.

그러나 야욕으로든, 그리움으로든, 언제인가부터 사람들은 다시 단 하나의 태양이 떠 있는 지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. 약속된 듯이 <슌-허노르>에는 보통의 시민들이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나타났다. 중앙은 지금의 인류가 있게 한 두 계획을 잇는 새로운 계획을 구상했다. 지금 <슌-허노르>의 한켠에는 새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. 저 건물이 완성되고, 모든 준비가 끝나면, 이능력자들로 구성된 탐사대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땅 위로, 태양 아래로 향하게 될 것이다.

중앙은 그들을 동화 속의 영웅과 같이 <메르겐>이라고 이름 붙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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